“보일러 조금 썼는데…” 난방·온수비 급등, 10월분 청구서 충격 (조선일보 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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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격 38% 인상… 서민 혹독한 겨울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에 사는 김지연(45)씨는 10월분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온수비(급탕비)가 5만5160원으로 전달인 9월(2만1080원)의 두 배 이상으로 뛰고 난방 요금이 포함된 관리비도 35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8만원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10월은 춥지도 않았고 온수를 더 쓴 것도 아닌데 금액이 이렇게 뛴다면 겨울 동안 도대체 얼마나 내야 할지 벌써부터 고지서 받기가 겁난다”고 했다. 폭증한 온수·관리비에 놀란 주민이 늘자 이 아파트는 최근 엘리베이터마다 “난방 요금과 온수 요금이 작년 동절기 대비 37.8% 상승했으니 유의해 달라”는 안내 문구를 붙였다.
고공 행진하고 있는 에너지 가격 탓에 난방·온수 요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겨울철을 앞둔 서민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치솟으면서 여기에 연동되는 난방·온수 요금이 올해 4월부터 지역별로 3~4차례에 걸쳐 총 37.8~40%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인상분(지역별로 15.7~20.7%)을 반영한 10월 고지서는 지역마다 ‘요금 폭탄’ 수준이라는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3년 내내 동결됐던 난방·온수 요금이 하필 겨울로 접어드는 시점에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훨씬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가정에선 금액이 많게는 몇 배로 오른 가스·열 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연료비와 연동된 기본요금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겨울철에 접어들며 사용량도 늘었기 때문이다. 대전의 오피스텔에 사는 임모(32)씨도 “통상 1만5000~1만6000원 정도 나오던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 10월 8만3900원으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1인가구 김모(31)씨도 “작년보다 가스 요금이 155%, 전달보다 75% 올랐다”고 했다. 요금이 잔뜩 오른 고지서가 날아들자 서민들은 난감하다. 서울 성북구 최모(36)씨는 도시가스 요금이 한 달 새 8만원에서 12만원으로 올랐다. 최씨는 “낮엔 22도, 잘 때도 25도 정도를 똑같이 유지하는데 갑자기 너무 올랐다”며 “집에 유치원생이 있어 춥게 지내기 어려운데 큰일”이라고 했다.
아파트나 도시가스 회사, 보일러 회사에는 급격히 오른 요금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0월 관리비가 청구된 뒤로 관리사무소로 ‘왜 이렇게 올랐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며 “결국 동마다 열 요금이 인상된 내용을 포스터로 만들어 붙여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한 보일러 점검 기사는 “날씨가 추워져 점검 문의가 늘었는데 집을 방문하면 고객들이 ‘왜 이렇게 요금이 비싸졌느냐’고 묻는 경우가 급증했다”고 했다.
고물가로 시름 중인 자영업자들도 오른 가스 요금에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 10월 음식점업, 숙박업용 가스 요금이 16.4%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닭곰탕 집을 운영하는 김창섭씨는 “육수를 우리느라 종일 가스를 켜 놔 이전에도 가스비가 월 80만~90만원씩 나가는데 10월에는 가스비가 30만원 가까이 더 나왔다”며 “뭐 하나 오르지 않은 게 없는 상황에서 부담이 더 커졌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요금 폭탄’ 고지서를 인증하며 겨울을 걱정하는 글이 지난달부터 쇄도하고 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지난 정부가 가스 요금 인상을 미루면서 소비자 처지에선 올 들어 이뤄진 요금 인상이 더 급격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현재 무역 적자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 수입 때문에 발생하고 있고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도 상당한 만큼 결국은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 쓰며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강다은 기자 kkang@chosun.com